브라질 동북부 바이에 주(Bahia)의 주도, 살바도르(Salvador)는 브라질 역사와 아프리카 문화가 강렬하게 만나는 도시입니다. 이곳은 1549년 포르투갈 식민지 시절 브라질의 첫 수도로 지정되었고, 그 후 수 세기에 걸쳐 흑인 노예문화, 가톨릭 신앙, 음악, 음식이 독특하게 뒤섞이며 오늘날의 살바도르를 만들어냈습니다. 리우데자네이루나 상파울루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지닌 이 도시는, 브라질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싶은 여행자에게 꼭 가봐야 할 곳입니다.
도시의 시작 – 브라질 최초의 수도가 된 항구 도시
살바도르는 1549년 포르투갈 식민 정부가 브라질을 본격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세운 첫 공식 수도였습니다. 가톨릭 선교, 무역, 행정 기능이 집중되면서 도시가 빠르게 성장했고, 특히 대서양을 통한 사탕수수 무역과 아프리카 노예 수입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아프리카계 브라질인의 비율이 급격히 높아졌고, 이들의 문화는 언어, 종교, 춤, 음악, 음식 등 모든 생활양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식민지 시절 살바도르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건축 양식은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펠로우리뉴(Pelourinho) 지구에는 다채로운 색감의 식민지풍 건물이 즐비하고, 좁은 골목과 돌바닥, 오래된 성당과 광장들이 당시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해줍니다. 펠로우리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브라질에서 가장 잘 보존된 식민지 시대 구역 중 하나입니다.
도시는 지리적으로 상시(Upper City)와 하시(Lower City)로 나뉘며, 두 지역을 잇는 엘레베이터인 Lacerda Elevator는 도시의 상징이자 이동수단으로 활용됩니다. 이 도시적 구조 또한 살바도르만의 독특한 풍경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 – 아프리카의 영혼이 흐르는 브라질
살바도르의 문화는 브라질 내 다른 도시들과 차별화됩니다. 이곳은 아프리카 디아스포라의 중심지로, 전통 아프리카 문화가 지역 예술과 일상에 깊숙이 뿌리내려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칸돔블레(Candomblé)입니다. 이는 아프리카 요루바족의 전통 신앙과 가톨릭이 융합된 형태로, 브라질 내에서는 주로 살바도르에서 활발하게 유지되고 있는 종교이죠.
거리에서는 아프리카 드럼 리듬이 끊이지 않으며, 노래와 춤, 무예가 혼합된 카포에이라(Capoeira) 공연이 자연스럽게 펼쳐지기도 합니다. 카포에이라는 포르투갈 식민 통치 시절, 흑인 노예들이 자유를 갈망하며 발전시킨 브라질 고유의 무술로, 음악과 춤이 융합된 독특한 형식이 특징입니다.
또한 살바도르는 삼바와 악세(Axé), 바히아 음악의 본고장이기도 합니다. 연중 열리는 음악 축제와 콘서트는 지역 주민뿐 아니라 전 세계 음악 애호가들을 끌어들입니다. 특히 매년 2월에 열리는 살바도르 카니발은 리우보다 더 길고 대중적인 참여가 가능한 축제로, 트리오 엘레트리코라 불리는 이동식 무대 위에서 아티스트들이 직접 공연을 펼치며 거리를 달립니다.
살바도르의 예술적 감성은 회화, 조각, 수공예, 거리 예술로도 드러납니다. 펠로우리뉴 거리의 벽화와 갤러리, 공예 시장에서는 바히아 지역 특유의 다채롭고 생명력 넘치는 예술 작품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전통음식 – 바히아 풍미가 살아 있는 접시
살바도르의 음식은 그야말로 **브라질 음식의 또 다른 세계**라 할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인디언, 포르투갈 문화가 혼합된 살바도르의 요리는 향신료, 코코넛 밀크, 팜 오일, 해산물 등의 재료를 활용해 진하고 풍부한 맛을 냅니다.
가장 대표적인 요리는 무케카(Moqueca)입니다. 코코넛 밀크와 팜 오일을 기반으로 생선, 새우, 토마토, 피망, 양파를 함께 끓여낸 이 스튜는 바히아를 대표하는 해산물 요리입니다. 향이 강렬하지만 깊은 맛이 일품이며, 쌀밥이나 파로파(Farofa)라는 카사바 가루 반찬과 함께 즐깁니다.
아카라제(Acarajé)는 살바도르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입니다. 으깬 검은콩 반죽을 기름에 튀겨 바삭하게 만든 후, 매콤한 새우 소스와 바히아 스타일의 채소로 속을 채워 먹는 음식으로, 칸돔블레 의식에서 유래된 신성한 음식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디저트로는 키심 디 코코(Quindim)이 유명합니다. 달걀노른자와 코코넛을 활용한 이 푸딩은 달콤하고 쫀득한 식감으로 커피와 함께 즐기기에 좋습니다.
이처럼 살바도르의 식문화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와 신앙, 공동체 문화를 담은 살아 있는 유산입니다. 관광객에게는 이국적이고 특별한 경험이며, 현지인에게는 삶의 일부이자 정체성 그 자체입니다.
살바도르는 단순한 여행지가 아닙니다. 이 도시는 브라질의 뿌리이자 정체성의 핵심이며, 음악, 종교, 예술, 음식 모든 요소가 살아 움직이는 하나의 거대한 문화 유산입니다. 바다를 끼고 있는 이 항구 도시는 아프리카와 브라질이 만난 지점이자,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입니다. 리우나 상파울루보다 더 깊고 진한 브라질을 경험하고 싶다면, 살바도르는 반드시 여행 리스트에 올려야 할 장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