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남동부에 위치한 도시 가지안테프는 수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고도이자, 터키 최고의 미식 도시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세계문화유산을 품고 있는 이 도시는 여행자에게 깊은 감동과 놀라움을 안겨줍니다. 본 글에서는 가지안테프의 역사적 유산, 전통문화 그리고 미식 경험을 중심으로 생생한 여행 후기를 전해드립니다.
가지안테프의 깊고 오래된 역사
가지안테프는 터키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로, 기원전 4천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도시는 히타이트 제국의 영향을 받은 이후, 페르시아, 로마, 비잔틴, 셀주크, 오스만 제국까지 다양한 문명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덕분에 도시 전역에는 고대 유적과 건축물이 자연스럽게 공존합니다.
특히, 가지안테프 고고학 박물관은 도시의 과거를 엿볼 수 있는 명소 중 하나로, 고대 도시 조우그마에서 출토된 모자이크와 유물이 전시되어 있어 역사 애호가라면 꼭 들러야 할 곳입니다. 또한, 구시가지에는 중세 시기부터 남아 있는 석조 건물과 시장, 성벽 등이 보존되어 있어 산책만으로도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 중 하나는 가지안테프 성(Gaziantep Castle)을 방문했을 때였습니다. 이 성은 로마 시대의 기초 위에 오스만 제국 시기에 재건된 것으로,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전망과 함께 가지안테프의 흥망성쇠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장소입니다.
전통문화 속의 터키 정신
가지안테프는 단지 오래된 도시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전통문화의 보고입니다. 터키의 대표적인 장인 문화가 여전히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동전 세공, 수공예 직조, 구리 공예 등은 이 도시의 자랑입니다. 베이르란 시장(Beyran Bazaar)이나 바크르즈라르 차르쉬(Bakırcılar Çarşısı) 같은 전통 시장에서는 실제로 장인들이 구리를 두드려 솥을 만들거나 장신구를 세공하는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가지안테프는 터키 전통 주거 양식이 잘 보존된 도시이기도 합니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과 화강암으로 지어진 고택들은 중동과 유럽, 중앙아시아가 혼합된 터키 문화의 특성을 보여줍니다. 지역 주민들은 전통 복장을 착용하고, 공공장소에서 터키식 차이(차)를 나누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현지 축제 중 하나인 가지안테프 전통음식 축제에 우연히 참여하게 되었는데, 각 지역에서 온 요리 장인들이 직접 전통 요리를 시연하고, 방문객들에게 무료 시식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음식뿐만 아니라 민속음악과 춤도 함께 어우러져 마치 과거와 현재가 조화를 이루는 순간을 경험한 듯했습니다.
터키 최고의 미식 도시, 가지안테프
가지안테프를 언급하며 음식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도시는 2015년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에서 ‘요리창의도시’로 선정될 만큼 터키 미식의 중심지로 손꼽히며, 전통 터키 요리를 가장 정통하게 경험할 수 있는 곳입니다.
가장 먼저 맛본 요리는 현지인 추천으로 찾아간 식당에서 주문한 베이란(Beyran)이었습니다. 베이란은 아침 식사로 먹는 고기와 마늘, 쌀, 고추기름이 어우러진 국물 요리로, 한입 먹자마자 진한 풍미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 외에도 가지안테프식 케밥, 유프카(얇은 밀전병)를 곁들인 알리나즈크, 가지와 고기를 활용한 요리 등 다양한 전통 음식이 일품이었습니다.
특히 이곳의 바클라바(Baklava)는 터키 전역에서 최고로 인정받습니다. 피스타치오가 풍부하게 들어가 있으며, 설탕 시럽 대신 로즈 워터를 사용하는 등 고급스러운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기념품으로 바클라바 상자를 사오지 않으면 후회할 정도로 매력적인 디저트입니다.
거리 곳곳의 작은 찻집에서 마신 터키 전통차, 그리고 길거리 음식으로 접한 심잇(터키식 베이글), 쿤페(Künefe) 같은 간식들은 짧은 여행에서도 깊은 만족감을 선사했습니다. 단순한 음식이 아닌, 그 속에 담긴 문화와 정성까지 경험한 느낌이었습니다.
터키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가지안테프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도시입니다. 깊이 있는 역사, 살아있는 문화, 그리고 맛있는 음식까지 삼박자를 모두 갖춘 이 도시는 관광지로서의 화려함은 없지만, 진정한 터키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곳입니다. 화려하지 않아 더 진솔한 감동이 있는 가지안테프. 지금 이 순간, 터키 남동부의 숨겨진 보석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